2022년 11월 22일에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소식이었는데, 이제 알게 되었다.
엘프가 사업을 철수한다고 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엘프의 게임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Leaf가, 아쿠아플러스가 토라노아나에 인수되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리프에는 나의 추억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앨리스소프트가 사업을 철수한다고 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아리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기가가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이미 야겜 시장은 시들어 있었다.

RIP. 1993. 07. 09 ~ 2023. 03. 31
주식회사 엔터그램의 직영 에로게 브랜드 GIGA. 수많은 지뢰를 남겼지만 그만큼 수많은 명작을 남겨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그 대형 브랜드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작품은 2022년 12월의 걸즈 프랜틱 클랜과 2023년 1월의 진키 언리미티드. 엔터그램에서는 전연령 브랜드를 계획하는 모양. (Key나 Laplacian이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진키는 원작이 있으니까) 실상 기가의 마지막 작품 걸프라(2022)를 망작이라고 깠는데 소식을 이미 알고 플레이했다면 감회가 다르지 않았을까. 일부러 레트로 감성을 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 못된 놈들이 발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 했던 짓을 생각하면 감상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직접 플레이했던 타이틀도 20여개는 넘고, 이걸 일일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직접 추천하기에는 기억의 미화가 좀 있어서 2023년 1월 17일 기준 초회판의 에로스케 중앙치를 같이 첨부한다.
1. 메이드 카페 시리즈
구체적으로는 마루토 후미아키X네코냥의 시리즈

쇼콜라~메이드 카페 큐리오(2004 - 80점) / 파르페 ~ 쇼콜라 세컨드 브류 (2005 - 88점) /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 (2006 - 85점) / 포세트 - Cafe au Le Ciel Bleu - (2006 - 80점)
초회판 기준 중앙치가 말해주듯, 어마어마한 지지도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전개, 훌륭한 공통루트 에피소드를 거쳐 각 캐릭터의 시나리오도 출중하게 완성되는 작품. 에로게를 접해봤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또는 노래를 들어봤을(!) 작품이다. 수많은 지뢰작에도 불구하고 기가를 메이저 브랜드로 올려놓은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2. BALDR 시리즈
시리즈는 발드 헤드(1999)부터 시작이지만, 발드 포스 ~ 하트 사이를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불렛 왜 무시하냐고? 리벨리온 말고 초회판(2000년 발매) 해보신분?? ㅋㅋㅋㅋㅋ
(기가의 첫 에로스케 중앙치 75점 이상 작품이 발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BALDR BULLET이다.)

BALDR FORCE (2002 - 90점) / BALDR SKY (1편, 2편 2009 - 90점) /
BALDR SKY Zero (1편 2013 - 75점, 2편 2014 - 82점) / BALDR HEART (2016 - 85점)
브링어는....잊자.
GIGA의 태생이 V.G.라는 18금 대전 격투 게임을 만들던 브랜드인데, 그 노하우를 살려 로봇 액션물로 구현, ADV에 녹여낸 훌륭한 시리즈다.
팀 발드헤드가 제작한 작품은 DUEL SAVIOR(2004~2005)같은 명작도 있지만, 아무래도 본가가 유명하긴 하다.
발드헤드 팀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은 아니라지만 스카이 제로 역시 평가치가 말해주듯 (비록 1편에서 욕은 많이 먹었지만) 괜찮았다.
00년 초반 기가를 끌어올리고, 마루토 후미아키가 떠났을 때도 기가를 지탱하던 기둥같은 존재였다.
액션이 정말 매력적이고 야리코미적 요소도 충실한데다 스토리까지 어마어마한 작품군. 스카이의 매트릭스3 표절 의혹을 비롯해 물론 흠 잡을 구석은 있지만, 에로게 역사에 획을 그은 작품군이다. 아쥬의 마브얼터의 클라이막스가 발드 포스의 클라이막스를 연상시키는 점도 유명. 인생 작품 반열에 들어도 손색이 없는 명작이다.
아...최적화는 끝까지 좀 구리긴 했다. 사실 스킵기능이 액션물 연출을 그냥 배속재생해버리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린 것도 있지만.
뭐 이런 어마어마한 작품군을 2017년 BALDR BRINGER를 통해 스스로 관짝으로 보내버린 것도 기가스럽지만.
3. 키스 시리즈
대충 2012년 호치키스~2022년 아이키스3 (이미지 생략)
마루토 후미아키가 떠난 팀 네코냥. 시나리오까지 원화가 네코냥이 한번 담당해 보자 해서 나온 비터스마일(2010).
까놓고 보니 웅장한 기가마인이었다.
이후 팀 네코냥이 아닌 이 쪽을 주축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두개골이 아프다.
당최 재미도 감동도 캐릭터성도 부족한 양산형 에로게를 무슨 시리즈마냥 낸 건지 이해가 안 감.
신인 육성이냐?
비터스마일까지도 참고 했는데 키스벨 하다가 인생 최초로 야겜 유기를 해봤다.
4. 기타 기억나는 작품들
4-1 . 마루토 후미아키가 떠난 이후~프레카노 담당 작품군 전까지의 네코냥 원화 중.

- 거꾸로 오르는 허리케인 (2008 - 75점) : 마루토 후미아키가 떠난 이후 / 팀 발드헤드 역시 공백기였을 무렵 공장마냥 지뢰만 찍어내던 기가에서 희망을 보여주었던 작품. 사실 까놓고 보면 너무 무난한 작품이었지만 사람들이 애피타이저를 먹은 것 마냥 기가에게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
- bitter smile. (2010 - 70점) : 2010년 미연시 갤러리 공식 추천작. 기대를 품은 만큼 나락으로 쳐박히는 기분이 참 뭣했다. 사쿠라코 루트의 클라이막스 : 고백신에서 이어지는 run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쓰레기 장면이다. 다른 루트는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라서 점수가 마냥 쳐박히지는 않았다.
- 시로가네X스피릿츠! (2015 - 68점) : 엄밀히는 네코냥은 서브원화, 일러스트레이터 서클 키노코노미가 메인 원화였음에 주의. 이 작품은 유명 시나리오 라이터 카즈키후미의 초기작이다. 뽕빨물을 가장한 열혈 배틀물. 오프닝 무비에서 뭔가 부담스럽게 섹스어필을 하는데 페이크. 열혈 배틀물을 쓰다가 뒤늦게 작품의 장르를 '거유 어쩌고'로 했던 게 생각난 것 같다. 중반 이후가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어져 평가는 나락. 다만 중반까지는 라이트노벨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가 생각나는 느낌의 배틀물이었다. 재밌었다.
4-2. 정신을 차린건지 럭키펀치인 건지....

- 하베스트 오버레이(2014 - 72점) :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설정이 매력적이며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았던 평범한, 그러나 정말 매력적이었던 작품. 동해 팬디스크가 발매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데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후기 기가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 아오나츠 라인 (2018 - 81점) : 81점. 우리(?)가 기대했던 기가의 본 모습. 아무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무렵 발매된 작품이다. 심지어 시나리오 라이터는 콘냐쿠 시절부터 스크립트/디버그를 담당하던 인물. 어쩌면 오래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쓸 수 있었던, 우리가 잊었던 것을 되찾아주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감상을 내뱉을 무렵 비주얼 아츠로 이적. 기가는 더이상 이런 작품을 내놓지 못하게 되었다.
- 유리 공주와 거울의 종자 (2021 - 72점) : 시나리오라이터가 유즈소프트의 사노바위치(2015), 센렌반카(2016) / 사가프라의 후로후로(2016) 외에도 2001년부터 업계에서 굴러온 토우타. 경력만큼이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살려서 정말 오랜만에 기가에 기대감을 갖게끔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
- 섬강의 클라리어스 (2021 - 70점) : 제작 - 팀 발드헤드/ 시나리오라이터 - 니이지마 유우. 기획 발표 당시부터 기가의 희망, 2020년 겟츄대상, 그 발드스카이를 넘볼지도 모름, 하면서 사람들의 기대를 진짜 한 몸에 받은 작품.

까놓고 보니 발드 하트에 비해 퇴보하면 했지 나은게 없는 시스템 / 남자 주인공 성우의 심각한 발연기 / 기가의 2012년작 마테리얼 브레이브가 생각나는, 무성의한 히로인 분기와 딱히 잘 쓴 것 같지도 않은 메인라인 / 뭘 만든건지 모르겠는 팬디스크 (적어도 2013년 마테브레 팬디는 메인 시나리오 끝맺음이라도 좋았다)
한번 발매연기를 해서 2021년으로 밀렸는데도 불구하고 이 꼴이었다. 그래서 동 시나리오라이터가 동시기에 담당한 아이코메와 함께 웃음벨이 되었다.
떠올려 보면 기가에 대해 어떤 큰 기대를 가지면 항상 거대한 통수를 가져왔다. 내가 기억하는 통수만 세 번이다. 비터스마일, 발드브링어, 섬강. 오히려 모두 기대를 거둘 때 갑자기 하나씩 가져와서 연명하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기가가 만든 명작들이 너무 엄청나서 끝까지 잊지 못했다. 항상 기대하게 되고.
리뷰사이트 중앙치 90을 넘기는 타이틀 숫자가 3개다. 앨리스소프트에 이은 2위 기록(갯수는 동일하나 받은 점수차이).
발드 스카이 1/2를 합쳐서 보면 2개지만. 이 벽이 얼마나 무서운 벽인지 아는가.
Key는 클라나드 1타이틀. 앨리스소프트는 란스 시리즈에서 3 타이틀. 엘프는 유노 1타이틀. Leaf/아쿠아플러스에서 화앨2, 칭송받는 자로 2타이틀. 물론 유저 리뷰가 상징성같은 감성(란스 10 - 99점같이)으로 움직이는 면이 크다지만 대단한 업적이다.
(이 녀석들 사쿠우타 중앙치가 90점일 정도로 깐깐한 녀석들이다.)
전연령 브랜드를 낸다면 뭘 할 계획일까. 제발 키스시리즈나 프레카노같은 분위기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그랬다간 거들떠도 안 볼 테니까.
Key같은 느낌은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그 어떻게 알잘딱 안 되겠습니까.